아들이랑 '넛잡'

2014. 1. 30

넛잡 포스터

디즈니의 ‘겨울왕국’이 보고 싶었으나, 아들의 고집을 못 이기고 ‘넛잡’을 보고 왔다.

동네 롯데시네마에서 뿌린 5,000원 관람권을 써서 둘이서 딱 만 원에 보고 올 작정이었는데, 역시 아들의 고집 때문에 비싼 3D로 봤다. 두 사람 티켓값만 21,000원에 팝콘 콤보까지 사니 근 3만 원 돈이.. ㅠㅠ

그치만 막상 영화를 볼 때는 만 원 정도 더 낸 것이 아깝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3D 영화를 본 게 ‘아바타’ 때인데, 그때보다 기술적으로 많이 발전했는지 위화감도 덜하고 눈도 한결 편했다. 3D 효과가 두드러진 작품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랑 볼 때는 기왕이면 3D로 보는 편이 좋을 듯싶다.

작품 자체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열광할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 아들은 충분히 재미있어 했고 나도 지겹지 않게 봤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고 나오는 뒷맛이 개운치 않았던 건..

우선 너무 익숙한 캐릭터들이 많이 보였다. 애니를 그다지 보지 않는 내 눈에도 너무나 확연한, ‘라따뚜이’와 ‘마다가스카’에서 그대로 가져온 복사해온 듯한 생쥐와 다람쥐는 보는 내내 민망했다. 아참, ‘앵그리 버드’도 그렇고.. 애니메이션을 열심히 보는 사람이라면 더 찾아낼 수 있을 거 같은데, 이런 걸 패러디나 오마주로 보긴 힘들지 않나? 그림과 연출은 나쁘지 않은데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캐릭터들 때문에 싸구려처럼 느껴지는 게 아쉽다.

그림은 정말 예쁘고 색도 화사하고 연출도 나쁘지 않다. 근데 너무 ‘픽사’ 느낌이 난다. 요즘의 어떤 애니가 픽사의 영향을 받지 않았겠느냐마는, 나처럼 정말 “국산” 애니인 줄 알고 영화관을 찾은 사람한테는 좀 당황스러운 부분이다. 투자와 제작을 우리나라 업체(아님, 문광부?)가 했더라도, 감독과 작가가 미국 사람이고 작품 자체가 완전 미국풍인데, 이걸 과연 국산 애니라고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봐도 다국적 애니메이션인데.. 작품의 국적이야 어쨌든 상관없는데, 국산 애니라고 은근히 애국심 마케팅하는 건 마음에 안 든다.

마지막으로 정말 참기 힘들었던 건, 그놈의 ‘강남스타일’ ㅠㅠ
제작자와 돈을 댄 공무원 나리님들에겐 싸이가 그렇게 자랑스러운지 몰라도, 단물이 쪽쪽 빠진 유행가가 “국산”이라는 이유로 뜬금없이 삽입된 영화를 보는 관객 입장도 생각 좀 해주시지. 지극히 미국적인 애니를 만들어놓고 어떻게든 ‘국산’ 도장을 찍고 싶었던 마음이 이해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

~
뭐, 쓰다보니 악평 같지만, 사실 우리 두 부자는 꽤 재미있게 봤다는 게 반전! 후후.
앞서 말했다시피, 아이랑 함께 보는 오락영화로서는 나쁘지 않다. 평론가들에게는 혹평 세례를 받을 게 뻔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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