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통신 #9 – 아토피 치료의 왕도

2014. 4. 18

딸은 이제 생후 16개월이 넘었고, 우리 가족이 아토피에 시달린 지도 얼추 1년이 되어간다. 이쯤에서 현재 상태를 정리해본다.

몇 개월 전만 해도 온몸에서 진물이 흐르던 아이가 이제 아토피 환자티가 거의 나지 않는 수준까지 좋아졌다. 우리 부부만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외출할 때 주위의 시선 때문에 마음앓이를 하는 일은 더이상 없다. 우울증 때문에 힘들어하던 아내도 아이와 외출하는 걸 좋아하게 되었다.

전환점은 알레르기 검사였다. 물론 그 전에도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었지만, 결정적인 건 역시 알레르기 항원 차단이었다. 아이가 먹을 수 없는 음식들을 아예 집에 들여놓지 않고, 꼭 먹여야 하는 건 특별히 조리해서 먹이기 시작한 뒤로는 계속 좋아지고 있다.

얼굴과 사지를 뒤덮었던 진물은 이제 흐린 흔적만 남았고, 살을 긁는 것도 정말 많이 줄었다. 물론 아토피 없는 아이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긁는 편이지만, 피가 날 정도로 긁고 아파서 울던 때를 생각하면 애교 수준이다.

이 정도로 좋아진 것만 해도 얼마나 감사하고, 또 감사한지 모른다.

~

딱 한 가지 후회가 되는 건 더 일찍 알레르기 검사를 받지 않은 거다. 다만 한 달 만이라도 빨리 검사해서 항원을 차단해줬다면 그만큼은 덜 괴로워했을 텐데.

제발 다른 아토피 부모님들은 뭐가 좋다더라는 소문들에 현혹되지 마시고, 알레르기 검사부터 받으셨으면 좋겠다.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빨리 차단할 수록 알레르기를 빨리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민간요법들, 그 나름대로 효과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괜히 알레르기 가짓수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

지금껏 “아토피 통신”을 통해, 아토피 치료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을 털어놓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무식한 얘기도 많았다. 아토피와 함께 사는 법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지금, 내가 생각하는 아토피 치료의 왕도는 “좋은 의사 찾기”, “알레르기 검사”, “현명한 약 사용”이다.

좋은 의사 찾기

좋은 의사는 찾기 힘들다. 의사라고 다 아토피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다. 아토피 치료로 유명한 병원이라도 실제 가보면 사기 수준인 경우도 드물지 않다. (모 대학 병원의 유명 아토피 클리닉에서는 쌀 알레르기가 아주 심한 우리 딸을 쌀뜨물로 매일 목욕시키고, 위험할 정도로 센 스테로이드 연고를 아침저녁으로 바르라고 처방했다. 생각할 때마다 분통이 터진다.) 결국 부모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고, 다른 부모님들의 병원 치료 후기도 많이 찾아보고, 여러 의사들을 직접 만나보는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다니는 곳은 부천의 모 알레르기 클리닉인데, 확실히 이 선생님은 “아는” 분이다.

알레르기 검사

알레르기 검사를 하려면 피를 제법 많이 뽑아야 한다. 의학적으로는 문제가 없다지만, 돌도 안 지난 조그만 아이한테서 그만큼의 피를 뽑는 게 절대 좋을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증 아토피 환자라면 혈액 검사를 꼭 해야 한다. 뭐가 문제인지부터 파악해야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무엇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지 알지 못하면서 아토피 치료를 한다는 건 한마디로 어불성설. 알레르기 검사는 아토피 치료의 가장 중요한 첫 단계다.

현명한 약 사용

스테로이드 로션과 항히스타민제. 처음에는 어떻게든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지금 내 결론은 이거다. “안 쓰면 좋지만 꼭 써야만 한다면 제대로 쓰자.” 피부가 이미 상할 대로 상한 상태라면 아이의 자연치유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안 낫는다. 그동안 아이는 고통스러워하고, 흉터는 점점 더 심해진다. 우리 딸의 경우, 팔목 부분이 특히 심해서 다른 곳이 다 나은 뒤에도 진물이 줄줄 흘렀는데, 결국 스테로이드 로션 덕분에 나았다. 아주 저수준의 스테로이드 로션을 의사의 지시대로 잘 사용하면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구글링을 해보면 관련 논문을 찾을 수 있다.) 스테로이드가 위험한 건 사실이지만, 안전한 사용법도 있다는 걸 믿어 주시길.

항히스타민제의 경우, 우리 딸은 아침저녁으로 자디텐과 유실락스를 번갈아서 2.5~3ml 정도 먹는데, 장기간 매일 복용하는 거라서 아이의 몸에 어떤 영향을 줄지 솔직히 걱정스럽다. 아직 뭐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심하게 긁을 때는 먹일 수밖에 없다. 약을 잘 써서 피부가 나으면 자연히 덜 긁게 되니까 그때 약을 줄이거나 끊는 게 맞는 치료법인 듯싶다.

~

지금껏 ‘아토피 통신’을 써오며 나 나름대로는 유익한 정보를 웹에 남긴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냥 겁에 질린 아빠의 ‘우왕좌왕 통신’이었던 거 같다. 하지만 이제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아이에게 아토피가 발병했다면, 일단 위에 쓴 세 가지를 먼저 해봐야 한다고. 다른 좋다는 것들은 이 치료법이 효과가 없을 때 시도해도 늦지 않다.

댓글이 2개 있습니다.

  1. 2017. 9. 7 10:54김현정 says:

    안녕하세요?
    아기 아토피때문에 이것 저것 검색하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희 아기도 아토피가 심해서 엄청 노력중인데요..
    현재는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에서 대표적인 몇가지 알러지 검사를 하고 기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혹시 글에서 언급하셨던 대학병원이 어디신지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 해서 글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2. 2017. 9. 9 18:57아저씨 says:

    메일 보내드렸습니다 ^^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