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통신 #10 – 소고기의 공포

2014. 5. 2

3월부터 다니고 있는 알레르기 전문 병원에서 영양 균형을 위해 고기를 많이 먹이라는 말을 듣고, 이유식에 소고기를 넣기 시작한 지 이틀 만에 딸아이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난 것이다. 그전에도 몸 상태나 환경 변화에 따라 피부가 빨개지는 경우도 있어서, 하루 이틀 더 두고 보았지만 상태는 점점 나빠지기만 했다. 결국 몇 달 전 수준까지 나빠진 뒤에서 고기가 문제인 걸 깨달았다.

지금껏 육류를 거의 먹이지 않았고, 콩류는 아예 전혀 먹이지 않았기 때문에, 의사는 단백질 부족이 우려된다며 하루에 소고기 70g 정도를 먹이라고 했다. 그게 너무 많았던 모양이다. 소고기는 예전에도 조금씩 먹이기도 했는데, 이렇게 나빠진 건 처음이다.

다행히 고기를 끊은 뒤로는 더 이상 나빠지지는 않고 있다. 이제 열흘쯤 지났고, 얼굴은 조금씩 붉은 기가 가시고 있다. 하지만 이미 표피층이 딱딱해졌기 때문에 자칫 보습을 소홀히 하면 다시 진물이 날 것 같기도 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얼굴이 많이 깨끗해져서 동네를 돌아다녀도 “아토피”라는 단어를 들을 일이 없었는데, 고기 때문에 지금까지 조심했던 게 다 허사가 되고 말았다. 아이는 다시 밤에 깊이 잠들지 못하고 있고, 이마에서 시작된 붉은 기운은 이제 팔다리까지 퍼졌다. 아내는 지옥 같았던 작년으로 돌아갈까 겁에 질려있다. 많이 떨어뜨렸던 알레르기 수치도 다시 올라갔겠지.

솔직히 의사한테 화도 났다. 의사는 동물성 단백질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어도 충분히 가열한 고기는 먹여도 괜찮다고 했지만, 우리 아이의 반응은 그 말과 전혀 달랐다. 굉장히 민감하고 격렬한 거부반응을 보였다. 얼굴이 심하게 빨개질 때는 의사에게 전화라도 해서 따지고 싶었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해보니 이게 다 딸에게 맞는 식단을 찾아가는 과정이고, 어쩔 수 없이 겪어야만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뭐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의사라고 뭘 어쩌겠나.

아무튼 아이의 알레르기는, 항체 수치가 꽤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차도가 없다는 건 분명히 확인했다. 여전히 지뢰밭 한가운데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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