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삭발기

2017. 3. 22

올 1월부터 머리를 밀기 시작했다. 대머리라고 불려도 억울하지 않을 정도로 탈모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정수리 탈모라 평소 탈모라고 자각할 일이 별로 없는데, 남이 찍어준 사진이나 엘리베이터 거울로 옆이나 뒷모습을 볼 때마다 탈모의 진행 상황에 깜짝 놀라곤 했다.

타인의 외모 평가를 신경 쓸 나이는 아니지만, “이젠 대머리”라고 인정하는 순간에는 심적 충격이 제법 있었다. 남의 시선은 상관없어도, 스스로 자존감이 떨어지는 게 문제였다. 나날이 머리카락이 없어져가는 모습이 내가 어쩔 수 없이 나이 들어가는 존재, 운명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무력한 존재임을 증명하는 상징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몇년간 고민했던 삭발을 감행한 것이다.

뭐, 거창하게 얘기했지만, 쉽게 말하면 그냥 머리 빠지는 게 꼴보기 싫어서 밀어버린 거다.

처음에는 소심하게 5mm로 밀었는데, 망나니 파계승 같기도 하고, 시골 깡패 같기도 하고, 암튼 촌스럽고 어색했다. 일부러 길게 자른 건데 오히려 삭발한 게 너무 의식됐고, 탈모도 더 부각되는 것 같았다.

그 다음은 3mm로 밀었다. 단 2mm 차이인데 이렇게 다를 수가! 전과 달리, 깔끔하고 인상도 한결 덜 험악해보이는 게 아닌가! 삭발에 반대하던 아내도 생각보다는 괜찮다는 반응이고, 특히 딸아이는 아빠 머리 빡빡이라 귀엽다며 무척 좋아했다. 하지만 3mm는 금세 지저분해지고, 머리가 빈 부분이 여전히 잘 보인다는 단점이 있었다. 너무 자주 미용실에 가야 하는 것도 문제였다.

결국 미용실 3번 갈 돈으로 이발기를 하나 사서, 어제 처음으로 직접 머리를 밀었다. 과감하게 1.4mm로. 자르고 보니 1.4는 너무 짧긴 하다. 면도하고 이삼일 지난 수염 길이다. 그래도 3mm보다 보기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밑부분은 0.8mm로 다듬었는데, 워낙 짧아서 그렇겠지만 혼자 민 것 같지 않게 자연스럽다. 오늘 나오기 전에 전신거울을 한참 보다 나왔는데, 확실히 삭발 전보다 젊고 활기차 보인다. 떨어졌던 자존감도 충전 100%. 후후.

결론. 삭발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과감하게 밀자!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