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문재인이다
2017. 4. 22나는 문재인을 지지한다. 문재인만이 답이라거나, 대통령 문재인이 반드시 대한민국을 잘 이끌 거라고 자신하는 건 아니다. 열렬한 지지자와는 거리가 멀다. 문재인보다 더 나은 후보가 있다면 갈아탈 수도 있고,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못한다면 혹독하게 비판할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대선판에 문재인과 민주당보다 나은 대안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청산
이번 대선의 제1 화두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축적된 여러 문제들의 청산이기 때문이다. 유능하고 도덕적인 정권도 10년을 집권하면 병폐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물며 이-박처럼 부패하고 무능하고 헌법 가치마저 존중하지 않는 정권이라면 두말할 나위 없다. 주기적으로 정권을 교체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주권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이번 대선은 썩은 고인 물을 버리고 새 물을 넣는 선거다. 그러므로 자유한국당과 새누리당의 후보는 지지할 수 없다.
개혁적 보수를 내세운 바른정당은 어떤가? 그들은 박근혜 정권을 만든 사람들이긴 하지만, 또 박근혜를 탄핵시킨 주역 중 하나이기도 하다. 게다가 바른정당 후보 유승민은 꽤 왼쪽으로 온 경제 정책을 내걸고 있다. 그럼 정말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다를까? 아닐 것이다. 기존 주류를 숙청하고, 당명을 바꾸고, 전향적인 경제/복지 정책을 내세우는 건 박근혜도 다 했다. 보수 정당이 위기 때마다 간판을 바꿔달고 개혁과 서민을 부르짖으며 권력을 보존해온 걸 모르는 바보도 있나? 바른정당은 (재)집권을 욕심내기 이전에 자신들이 새누리당의 재탕이 아님을 증명할 의무가 있다. 그전에는 지지할 수 없다.
그러면 남은 유력 대선 후보는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셋이다.
강력한 개혁 추진력
같은 말이지만, 보수 정권 9년간 훼손된 민주적 가치들, 승자독식의 사회/경제 구조, 미국 의존 일변도의 외교, 대결밖에 남지 않은 남북관계 등을 정상으로 돌리는 건 다음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임무다. 다 해내려면 5년 임기도 부족하다. 그런데 대통령을 지원할 여당의 힘이 약하다면? 아무것도 제대로 못 할 것이다. 가장 진보적인 심상정 후보는 그 바로 오른쪽의 민주당과, 보수와 진보 양쪽의 지지를 받는 안철수 후보는 자유한국당 또는 민주당과 손잡지 않고는 임기 시작과 동시에 레임덕에 빠질 수밖에 없다.
심상정 후보에 대해선, 사실 난 정의당의 정책에 상당히 공감하는 편이지만 이번엔 그에게 표를 줄 수 없다. 어차피 단독정부가 불가능하다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 실제 당선 가능성과 집권 경험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심 후보의 역할이 없다거나 정권 교체에 방해가 된다는 뜻은 아니다. 진보정당은 집권이나 당선을 못 이루더라도, 선거 과정에서 좋은 진보적 이슈들을 공론화하고 다른 정파들의 우경화를 저지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므로 심 후보의 완주와 선전은 나 역시 응원하고 있다. 만약 문재인 후보를 지지할 수 없는 이유가 생긴다면, 차선은 심상정일 것이다.
안철수 후보의 경우, 안철수 개인은 아직 어떤 사람인지 판단이 안 선다. 정치인으로서의 검증 기간이 아직도 부족한 느낌이다. 적어도 나는 안철수를 모르겠다. 대선 후보 안철수의 가장 큰 문제는 그 지지세가 문재인 안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거다. 그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누구의 대안을 찾는 것 역시 존중받아야 할 국민의 판단이다. 하지만 그런 지지는 언제든 다른 후보에게로 가버릴 수 있다. 반문 정서 하나로 뭉친 다양한 성향의 지지자들을 만족시키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다. 게다가 국민의당의 실세들은 모두 민주당에서 정치 수명이 다한 인사들인데, 지금의 보수쪽 지지자들이 그런 사실을 언제까지 눈감아줄까?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지금 국민의당 국회 의석수로는 다른 정파와 연정을 할 수밖에 없다. 내각의 일부도 내줘야할 거다. 그 대상은 민주당 아니면 자유한국당인데, 글쎄, 안철수는 어느 쪽과 손을 잡을까? 어느 쪽이 되더라도 지지자들은 우수수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다. 경선 이후 안철수를 지지하는 사람들 상당수는 아직 거기까지 생각을 안 해봤거나, 해봤더라도 ‘당연히 내가 좋아하는 쪽과 손잡겠지’라고 지레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안철수는 대통령이 되기 힘들고, 당선되더라도 이리저리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
다음 대통령은 해야할 일들이 정말 많다. 당장 시급한 대북 관계도 재정립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동북아 열강들 사이에서 균형도 잘 잡아야 한다. 수많은 경제 문제들, 양극화와 실업 해소도 당장 착수해야할 일이다. 검찰도 개혁해야 하고, 정경 유착과 왜곡된 언론 시장도 조정해야 한다. 게다가 과열된 좌우 갈등의 봉합까지. 이 모든 걸 대통령 문재인이 잘해낼 수 있을까? 솔직히 모르겠다. 그저 잘하길 기대할 뿐이다. 그래도 지금 나와 있는 후보 중에 문재인보다 잘할 것 같은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문재인이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