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단평

2013. 1. 31

‘베를린’은 류승완 감독 “최초”의 첩보 “액션” 스릴러다. “최초”에 따옴표를 한 건 속편이 나올 것 같아서고, “액션”에 따옴표를 한 건 다름아닌 류승완 감독 작품이니까.

류승완-정두홍 콤비의 작품답게 액션이 아기자기하고 화려한데, 그러면서도 사실적이고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박진감이 엄청나다. 전작들과 다르게, 총격전 위주라서 류-정 액션 특유의 정겨운(?) 느낌은 좀 덜하지만, 어쨌든 류승완이 대한민국 액션 영화의 최고봉임은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액션은 진짜 최고다, 최고!

그치만 스릴러로서의 매력은 글쎄… 쪼이는 맛, 관객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장치들이 부족하다. 근데 그건 연출이 부족하다기보다는 아예 처음부터 ‘액션’으로 방향을 설정한 탓인 거 같다. 첩보물 치고는 치밀하다는 느낌도 좀 부족한데 아마 정통 스릴러 팬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또, 인물들이 밋밋한 것도 아쉽다. 특히 주인공 표정송은 ‘고스트’라는 별명처럼 배경이 별로 없는 인물인데, 하정우 특유의 덤덤한 연기와 만나면서 딱딱, 뻣뻣, 별 매력 없는 인물이 됐다. 개인적으로는 한석규 옹의 연기가 좋았는데 인물 자체가 워낙 전형적이라서 아쉬웠고, 류승범은 언제나처럼 훌륭하지만 이 영화 속의 역할은 다른 배우가 하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외로 안정적이었던 전지현도 역시 맡은 역 ‘련정희’ 자체가 조금 덜 만들어진 인물이라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그나마 가장 매력적일 수 있는 캐릭터였는데..

전작 ‘부당거래’에서 보여준 그 멋진 캐릭터 만들기 솜씨는 다 어디로 간 걸까?

그래도 ‘베를린’은 류승완 영화의 매력이 충분한 작품이다. 약간 어설픈 부분도 있고 촌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지만,?뭐, 일단 액션신이 시작되면 “우왕ㅋ굳ㅋ”하고 빠져들게 되는 게 류승완 영화의 매력 아닌가.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