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네 집 – 애틋한 딸 사랑의 기록

2013. 3. 31

아마추어 사진가의 그저그런 자비출판 사진집인 줄 알고 집어들었다가, 몇 번이나 콧등이 시큰해지는 감동을 받았다.

‘윤미네 집’은 사진이 취미인 대학교수가 큰딸 윤미가 태어난 1964년부터 결혼해서 미국으로 떠난 1989년까지 딸의 성장 과정을 찍은 사진들을 모아 만든 책이다. 1990년에 1,000부를 출간한 뒤 잊혀졌다가, 이 책의 진가를 알아본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2010년에 재출간되었다고 한다.

윤미네 집 중에서

<윤미네 집>, 134쪽

아마 사진을 좋아하고 아이를 기르고 있는 부모라면 이 사진집을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진 한 장 한 장마다 딸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만 이렇게 사랑의 ‘흔적’을 남겨놓는 건 그 사랑을 더욱 애틋하게 만드는 것 같다.

아들 녀석들 때는 그런대로 덤덤했었는데 윤미를 시집보냈을 때는 그게 아니었다. 첫아이에 대한 남다른 감정도 감정이었지만 윤미는 결혼한 직후 신랑을 따라 멀리 미국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김포공항에서 윤미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우리 부부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윤미의 방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주인 없는 방에는 커튼만 방안 가득 펄럭이고 있었다. 그 허전함과 서운함이라니! 집사람은 돌아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 또한 뜨거운 그 무엇이 가슴 저 밑바닥에서 솟구쳐 올랐다. 그때부터인가. 나에게는 시간만 생기면 김포쪽 하늘을 멍하게 바라보는 좋지 않은 습성이 생겼다. 곧 윤미가 돌아올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데 그쪽 하늘에서는 웬 비행기가 그토록 수시로 뜨고 내리는지.
– <윤미네 집>, 1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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