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통신 #6 – 고열의 기적

2013. 6. 19

놀라운 일을 겪었다. 딸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서 며칠 동안 39도를 오르내렸는데, 어느 날 보니까 아토피가 거의 사려져 버린 것이다. 살갗을 두텁게 덮고 있던 각질이 우수수 떨어지고, 거의 정상인과 다름없는 보드라운 살이 나타났다. 간지럼증도 없어졌는지 더 이상 긁지도 않았다. 아내도, 나도 이런 게 기적이라며 팔짝팔짝 뛸 정도로 좋아했다.

기적은 열과 함께 왔다가 열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열이 떨어진 다음 날부터 피부가 빨갛게 변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아니겠지, 아니겠지 했지만, 곧 볼에서 진물이 나기 시작했다. 진물은 점점 많아져서 이틀 동안은 볼 양쪽에 진물이 방울방울 맺힐 정도로 심각했다.

결국 딸아이의 상태는 고열 이전의 수준을 넘어, 최악으로 치달았다. 스테로이드 리바운딩 현상과 비슷했다. 여기저기서 진물이 줄줄 흘러나왔고, 몸통은 두드러기 같은 것으로 뒤덮였으며, 머리에도 지루성 피부염이 돌아왔다. 다행히 지금은 진정이 돼서 더 나빠지지는 않고 있다.

헛된 희망을 품었던 아내는 속상해하며 엉엉 울었다.
큰 기대가 없었던 나는 그냥 멍할 뿐이다. 잠깐이나마 딸아이의 멀쩡한 모습 – 사실은 열 때문에 힘들어했지만 어쨌든 겉모습은 참 예쁘고 깨끗했다 – 을 본 게 꿈이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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