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2013. 8. 11

아침 식사 전에 둘째를 안고 동네 앞산에 다녀오는 길에 집 앞 놀이터에 들렀는데, 미끄럼틀에 큰 애를 욕하는 낙서가 있는 걸 보고 말았다. 딱히 이렇다 할 내용은 없고 그냥 유치한 욕 몇 마디를 끄적인 낙서였지만 겨우 9살인 내 자식을 누군가 미워하고 있다는 증거를 보는 순간 가슴이 털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둘째를 집에 데려다놓고 몰래 청소용 스펀지를 들고 나와 아들 이름이 나오는 낙서들을 찾아 지웠다. 빼곡한 낙서들 사이를 잘 찾아보니 모두 4개가 보였다. 혼자 쓴 것 같기도 하고 둘이서 쓴 것 같기도 한데, 쓴 지 며칠 안 됐는지 스폰지로 몇 번 문지르자 깨끗하게 지워졌다. 다 지운 다음, 증거 삼아 필적을 사진으로 찍어놓을 걸 하고 잠시 후회하기도 했다. 유치하지만 범인을 찾아서 혼구멍을 내줄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다.

집으로 돌아오니, 아내가 뭐하러 나갔다 왔냐고 물었지만 가르쳐주지 않았다.

입맛이 없어서 아침상을 그냥 물리고 아들과 함께 한참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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