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해도 괜찮아

2013. 10. 5

요즘 내 주변은 갑자기 결혼 시즌이다. 친한 친구가 얼마 전에 드디어 노총각 딱지를 뗐고, 며칠 뒤에는 동생의 결혼식과 가까이 사는 6촌 동생의 결혼식이 연달아 잡혀있다. 독신주의자인 줄 알았던 처제도 내년 1월에 결혼할 거란다.

계속 솔로일 것 같던 녀석들의 갑작스러운 결혼 러시가 놀랍고도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다들 잘 살지 걱정스러운 마음도 든다. 내가 남 걱정할 처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결혼 선배로서 해줄 수 있는 얘기는 해줘야 할 것 같아서, 몇 가지 조언을 해주기는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지만, 내가 꼭 해주고 싶은 얘기는 이거다.

지금은 행복해도 조만간 결혼한 걸 후회할 날이 찾아올 거야. 그치만 그것 역시 아주 자연스러운 거니까 당황하지 마. 네 짝이 좋은 배우자가 되길 기대하기보다는 너 스스로 좋은 배우자가 되려고 노력하면서 조금만 기다려봐. 그러면 곧 다시 좋은 날이 올 테니까.

이게 웬 초 치는 소리냐 싶겠지만, 지금까지 내 결혼 생활을 돌아보면, 힘들 때 ‘힘든 것 또한 결혼 생활의 일부이자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훨씬 마음 편히 살았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신혼 때 마냥 행복하고 모든 게 잘 굴러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단물이 빠지고 나면, 지금껏 잘 안다고 생각했던 내 짝의 낯선 모습, 싫은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나 역시 내 짝의 눈에 그렇게 보였겠지. 서로 심각하게 부딪히기 시작하고, 서로 조금씩 미워하는 마음에 싹트고, 이 사람과 결혼한 걸 후회하기 시작할 때, 진짜 결혼 생활은 그때 시작되는 거 같다.

그리고 서로의 삶을 조율하는 힘든 과정을 어떻게든 무사히 지나고 나면, 연인 사이의 달콤한 사랑은 어딘가 가버리고 부부만의 끈끈한 무언가가 새로 생겨났음을 느끼게 된다. 그리 로맨틱한 건 아니지만 연애 감정과 달리 평생 품고 갈 수 있는 무언가가.

… 근데 뭐, 그건 나중 얘기고 일단 지금은 꿀 같은 신혼 생활을 즐겨들 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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