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통신 #7 – 지난 여름 이야기

2013. 10. 26

오랜만에 아토피 통신.

봄까지 너무나 심각했던 딸의 피부가 여름에 접어들면서 급격히 호전되었다.
그칠 줄 모르던 얼굴의 진물이 싹 사라지고, 나무껍질 같던 팔다리 피부도 부드러워지더니, 몸통의 울긋불긋한 발진도 언제 있었냐는 듯이 자취를 감추었다. 그동안 쩔쩔 매며 찔찔 울던 세월이 다 꿈만 같았다. (그렇지만 더위가 힌플 꺾이면서 다시 조금 악화되었다.)

호전된 이유는 역시 정확한 알 수 없지만, 도움이 된 것 같은 몇 가지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덥고 습한 날씨

가장 큰 도움이 된 건 여름철 높은 습도였던 거 같다. 날씨가 건조할 때는 아무리 가습기를 틀고 보습 로션을 발라도 한계가 있는데, 여름철에는 피부가 수분을 빼앗기지 않으니까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아무리 더워도 좋으니 여름이 계속되기를 빌기까지 했다.

더위도 도움이 된 거 같다. 우리 딸은 아토피 발병 이후 땀을 거의 흘리지 않았는데, 열 때문이든 뭐든 땀이 날 때는 증상이 호전되고는 했다. 여름 날씨에 땀을 많이 흘린 것도 분명 도움이 됐다.

잘 맞는 로션

아토피에 좋다는 로션들,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건 안 써본 게 없는데, 드디어 우리 딸한테 맞는 걸 찾았다. 얼굴에는 무스텔라, 몸에는 아비노 베이비. 물론 이건 체질마다 다 다를 텐데, 아무튼 아토피 환자는 자기에게 맞는 로션을 찾는 게 무척 중요하다.

사실 이 두 개 모두 발병 초기에는 안 맞는 것 같아서 넣어두었던 건데, 이것저것 다 써보고 다시 써보니 제일 잘 맞는다는 걸 알게 됐다.

침구 청소기

이건 딸아이의 각질이 워낙 많이 떨어져서 산 건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되고 있다.
일단 아내의 고질병인 알레르기성 비염이 거의 사라졌다. 그것만 해도 우리 집에는 크나큰 축복이다. 딸도 확실히 덜 긁는다. ‘집먼지 진드기 99% 제거’ 같은 광고 문구는 믿을 게 못 되지만, 그래도 각질 많이 떨어지는 아토피 환자가 있는 집에는 필수품이다. 강추!

항히스타민제

이건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지만, 어쨌든 힘든 시기를 지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우리 집에서 사용하는 건 유시락스(하이드록시진) 물약인데, 이것도 부작용이 없는 약은 아니기 때문에, 정말 너무 가려워해서 잠을 못 잘 때만 먹이는 편이다. 아무래도 약을 먹으면 가려움증이 덜한지 비교적 잘 자는 편이다. 덜 긁기 때문에 망가진 피부 재생에도 큰 도움이 된다. 우리처럼 스테로이드제를 쓰지 않는 집이라도 항히스타민제는 조금씩 쓰는 게 좋지 않을까. (근데 약효가 떨어진 다음 날에는 약간 더 긁는 것 같기도 하다. 확실치는 않지만 기분 상..)

한약

한약은 치료제라기보다는 체질 개선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딸의 경우, 아토피 환자들이 다 그렇듯이 열이 많고 혈이 부족한 체질이라고 한다. 한약 분말을 물에 개어서 먹이는데 워낙 잘 안 먹으려 해서 약발이 잘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잘 먹인 시기에는 피부 재생이 더 빠른 느낌이다.

농축 유산균

이것도 체질 개선용. 장 내 유익균을 늘려서 몸속 독소를 없애는 원리라는데, 어떤 아이들은 큰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우리는 아직 잘 모르겠다. 덕분에 변을 잘 보는 것 같긴 하지만..

~

벌써 200일 넘게 아토피와 씨름 중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딸에게 좋은 게 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뭐가 나쁜지는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 사람 많고 냄새나는 장소. 대형 할인점, 음식점은 최악이다.
  • 동물성 단백질. 아이는 물론 먹여선 안 되고, 모유 수유할 때는 엄마가 먹어도 바로 나쁜 반응이 나온다. 심지어 냄새도 안 좋다.
  • 나쁜 실내 공기. 조금이라도 공기가 탁해졌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환기를 해주어야 한다.

완치는 요원하지만, 어떻게든 견디면 현상유지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게 올여름의 가장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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