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빈자리

2013. 11. 2

9살 난 아들이 첫 여행을 떠났다. 내 아버지, 그러니까 아들의 할아버지가 계신 제주도 성산읍에서 4박 5일 동안 놀다 오기로 한 것이다.

워낙 응석받이로 자란 아이라서 여행 계획을 세울 때부터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 떠나기 전날까지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아는 사람 없는 곳에 보내는 것도 아니고 할머니, 할아버지랑 며칠 있다 오는 건데 뭐…”

그런데 오늘 낮에 김포공항에서 어머니를 만나 아들을 맡기고 둘이 나란히 자동문 안쪽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덜컥 겁이 났다.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묘한 감정이었다. 마치 내가 부모를 잃은 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아이가 대견스러운 한편, 언제 저렇게 컸는지 놀랍기도 했다.

집에 돌아와서 일을 조금 하다가 아들 방 침대에 누워 낮잠을 잤다. 전화 소리에 깨어보니 밖은 벌써 깜깜했다. 휴대전화에는 어머니가 찍은 아들 사진이 십여 장 들어와 있었다.

거실에 나와 앉아 아들 사진을 보는데 집안이 너무나 조용했다. 아내도 있고 돌쟁이 딸아이도 있는데도 이상할 정도로 적막감이 감돌았다. 평소라면 한창 TV 앞에서 ‘보니하니’를 볼 시간인데…

안방에 있던 아내가 딸을 안고 나오면서 “재현이 없으니까 좀 쓸쓸하다.”라고 말하는데, ‘아, 이런 기분이 쓸쓸함이구나.”하고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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