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래비티’ 짧은 감상

2013. 11. 18

# 아들과 본 두 번째 ‘어른’ 영화. 우주에 관심이 많아서 좋아할 줄 알았는데 9살짜리한테는 좀 무서웠던 모양이다. 우주 비행사는 절대로 안 될 거라고… 꿈을 키워 주려던 게 역효과가 난 것 같긴 하지만, 흥미롭긴 했는지 영화관에서 나온 뒤 둘이서 우주여행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 4D로 볼 걸 그랬다. 3D, 4D니 하는 걸 좋아하진 않는데, 이 영화는 처음부터 4D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것 같다. 관성과 충돌 충격을 느끼면서 봤으면 더더욱 재미있었을 듯싶다. 아무래도 이 영화가 가진 재미를 많이 놓친 거 같다. 하다못해 아이맥스로라도 볼 걸. ㅠㅠ

# 사실 아들보다 내가 더 재미있게 봤다. 워낙 SF물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영화 그 자체가 마음에 든다. 간단하다면 간단한 이야기를 90분 동안 풀어내는데 과장스럽거나 억지스러운 부분이 거의 없다. 감독과 배우 모두 딱 적당한 선에서 절제하는 게 좋았다. 예컨대, 딸을 잃은 이야기를 할 때, 슬픔을 더 표현하고 싶은 유혹이 있었을 텐데, 눈물샘을 자극하는 걸 포기하고 가슴 한켠이 살짝 저리는 선에서 멈춘다. 약간 모자란 듯한 그 감정 때문에 쓸쓸한 느낌이 오래 남았다. 요즘(?) 영화 같지 않은 느낌.

# 스톤 박사(샌드라 블록)가 우주 정거장에 가까스로 들어가서 우주복을 벗고 빙그르 도는 장면은 바로 다시 돌려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명장면이었다.

# 영화 제목인 그래비티, 중력이 상징하는 바를 너무 어렵지도, 너무 뻔하지도 않게 이야기와 잘 엮었다. SF 재난 영화를 봤다기보다는 잘 쓴 단편소설 한 편을 읽은 기분이다. 어떤 장면이 기억나기보다는 영화 중후반의 절박하면서도 쓸쓸하고 자포자기적인 정서가 자꾸 떠오른다.

# 마지막 장면에서 중력을 표현하는 샌드라 블록의 연기는 정말 기가 막혔다. 샌드라 누님이 이렇게 몸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나? 내 몸이 천근만근이 된 느낌.

# 그나저나 이거 도대체 어떻게 찍은 거야?!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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