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통신 #8 – 알레르기 검사는 필수다!

2013. 12. 28

지난 12월 3일이 딸아이의 첫돌이었다. 그때만 해도 돌잔치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는데, 그 이후로 조금씩 좋아지더니 지금은 깜짝 놀랄 만큼 많이 좋아졌다. 얼굴 피부가 많이 깨끗해졌고 밤에도 두세 번밖에 안 깰 정도로 잘 잔다.

여전히 팔다리는 상처투성이고, 몸 상태가 나쁠 때는 벅벅 긁기도 하고 얼굴도 울긋불긋해지지만, 또 여전히 밖에 나가면 “어이구, 아토피네 쯧쯧..”하는 소리를 듣긴 하지만, 그래도 12월 들어 우리 가족의 삶의 질은 “살만한 수준”까지 올라갔다. 정말 힘든 시기는 지난 것 같다.

아토피 증상이 줄어든 계기는 분유를 바꾼 것, 알레르기 검사로 정확한 항원을 안 것, 보습제를 바꾼 것 세 가지인 것 같다.

완전 가수분해 분유

생후 8개월쯤에 모유를 끊고, 처음에는 압타밀 HA이라는 독일 분유를 먹였는데, 그건 완전 가수분해 분유가 아니라서 우유 단백질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딸의 경우, 분유를 먹고 상태가 더 나빠졌다.

고민 끝에 유당이 전혀 없는 (그래서 맛도 없는) 매일유업 HA 분유로 바꾸고 한 열흘 정도 지나자 조금씩 덜 긁기 시작했다. 다행히 먹기도 잘 먹는다.

알레르기 검사

진작 검사를 해보고 싶긴 했는데, 돌 전에는 검사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말(이건 낭설인 듯..)도 들었고, 조그만 아이에게서 피를 뽑는 것도 겁나고 싫어서 미루다가, 돌이 되자마자 병원을 찾았다. 일산병원 소아과로 갔는데, 지금껏 가본 병원 중에 가장 만족스러웠다. 친절하고 부모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의사 선생님도 좋았고, 베테랑 간호사분의 놀라운 채혈 솜씨 덕분에 비교적 수월하게 피를 뽑아서 다행이었다. 소아과가 아니라 일반 채혈실에서 피를 뽑았으면 엄청 고생했을 게 뻔하다. 유아의 경우, 팔에서 혈관을 찾기가 힘들면 목에 바늘을 꽂기도 한다는데..

유아 아토피는 피부과가 아니라, 소아과에 가야 한다는 걸 이번에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소아과는 아이의 성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영양 상태, 예방접종, 심리 발달까지 신경을 써주는 데 반해, 피부과는 아무래도 지금의 피부 상태만 보는 편이다.

알레르기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우선 알레르기 항체 수치가 워낙 높았고 – 올해 검사한 아이들 중에 2등 – 우유와 쌀 알레르기가 심해서 많이 놀랐다. 가장 심한 건 난백(달걀 흰자) 알레르기인데 측정 범위를 넘을 정도로 심하다. 지금 아이의 몸이 워낙 예민한 상태라서 수치가 높게 나온 거라고, 조금 안정화되면 수치도 낮아질 거라고는 하는데, 쌀도, 우유도, 달걀도, 감자도 못 먹는다니, 앞으로 뭘 먹여야할지 암담하다. 병원 영양사와 상담도 했는데, 일단 백미를 압력솥에 한참 쪄서 먹이고(이것만으로 아토피가 낫는 아이도 있다고 한다), 알레르기 반응이 적은 음식 위주로 먹이면서 차차 가짓수를 늘려가기로 했다.

알레르기 검사가 100% 정확한 건 아니지만, 최소한 조심해야 할 음식을 알게 된 것만 해도 큰 수확이다. 아이가 무엇 때문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지 모르면서 아토피를 치료한다는 건 눈을 감고 정글을 헤쳐나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검사를 하지 않은 아토피 아이가 있다면 꼭 검사부터 받길 권하고 싶다. 꼭!

글루텐 없는 로션

얼마 전까지 아비노 베이비를 쓰다가, 알레르기 검사하고 세타필 리스토라덤이라는 제품으로 바꿨다. 아비노에는 오트밀 성분이 들어있는데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는 우리 딸에게는 전혀 맞지 않는 제품이었던 것이다. 알레르기 유발 물질은 매일 몇 번씩이나 아이의 피부에 발랐다고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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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가 완치되려면 아이의 체질과 환경이 바뀌어야 하는데, 둘 다 쉽게 바꿀 수 없는 것들이다. 부작용 없이 당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아토피 치료법은 알레르기 항원을 찾아서 피하거나 없애는 것뿐인 것 같다. 아토피 환자에게 알레르기 검사는 기본이자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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