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점

2015. 2. 17

2015년에 처음 읽은 장편 소설은 ‘빙점’과 ‘속 빙점’이다.

일단 ‘빙점’은 600쪽 넘는 분량을 하루 만에 다 읽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어릴 적에 어머니가 읽고 있던 모습이 기억에 남은 탓인지, 구식 로맨스 소설쯤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재미있을 줄은 몰랐다.

주인공 쓰지구치 게이조와 그의 아내 나쓰에의 심리변화에 대한 묘사가 특히 흥미진진하다. 이렇게 솔직하면서도 역동적인 심리묘사는 별로 못 본 것 같다. 좋은 소설가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빙점을 쓴 미우라 아야코 상도 작중 진실을 드러낼 때는 인정사정없다. 잔인한 작가에 의해 발가벗겨지는 인물들의 너무도 인간적인, 그래서 사랑스럽기도 하고 추악하기도 한 모습들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이야기의 동력 또한 강력하다. 3살 난 딸의 끔찍한 죽음이 남긴 어두운 그림자가 작품 전체에 드리워져 있고, 그 비극에서 비롯된 복수심과 욕망, 내적 갈등들이 엉망진창으로 뒤엉켜있다. 그 난장판의 중심에 있는 순진무구한 요코의 운명이 도무지 신뢰할 수 없는 두 주인공 게이조와 나쓰에의 변덕에 의해 언제든 파멸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다.

계속 읽기 »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