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작가가 읽은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

2017. 3. 25

소설가 김영하 님이 팟캐스트 ‘책 읽는 시간‘에서 내가 번역한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를 읽어주셨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김영하 작가가 내가 쓴 문장을 낭독하다니 감동이다. (후반부 번역에 아쉬운 부분이 많아서 얼굴이 뜨거워지긴 했지만)

책이 처음 나왔을 때, 김연수 작가님도 재밌게 읽고 추천서로 언급해주셔서 며칠간 엄청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내 번역이 아니라 플래너리 오코너의 작품이 좋아서 추천하고 낭독해주신 거지만, 어쨌든 내가 사랑하는 소설가들이 내가 번역한 소설을 재밌게 읽어주셨다는 것만으로도 기쁘기 그지없다.

아마 이제는 문학서를 번역할 일은 없겠지만, 플래너리 오코너 여사 덕분에 번역가로서 좋은 추억을 갖게 됐다. 십여년 전, 흑석동에서 ‘영미 단편’ 수업을 들을 때 내가 느꼈던 그 카타르시스를 훌륭한 소설가 두 분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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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 – 공동묘지에 사는 남자

2015. 5. 15

작년에 번역한 소설인데, 올해 3월에 출간되었다.
장르는 무겁지 않은 판타지물이고, 공동묘지 배경에 유령이 등장하긴 하지만 무서운 내용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힐링계 소설이라고 할까.

미스테리적 요소도 있고 나름 반전도 있어서 번역하는 중에 뒷내용이 무척 궁금했던 기억이 난다. 읽으며 미소를 짓게 되는 귀여운 소설이다.

아쉬운 건,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와 마찬가지로 최종 역자 교정을 거치지 않고 출간되었다는 점이다. 출판사 내부 사정이 있겠지만 번역자 입장에서 불안한 게 사실이다. 뭐, 그냥 출간해도 좋을 만큼 원고가 좋았나보다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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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점

2015. 2. 17

2015년에 처음 읽은 장편 소설은 ‘빙점’과 ‘속 빙점’이다.

일단 ‘빙점’은 600쪽 넘는 분량을 하루 만에 다 읽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어릴 적에 어머니가 읽고 있던 모습이 기억에 남은 탓인지, 구식 로맨스 소설쯤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재미있을 줄은 몰랐다.

주인공 쓰지구치 게이조와 그의 아내 나쓰에의 심리변화에 대한 묘사가 특히 흥미진진하다. 이렇게 솔직하면서도 역동적인 심리묘사는 별로 못 본 것 같다. 좋은 소설가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빙점을 쓴 미우라 아야코 상도 작중 진실을 드러낼 때는 인정사정없다. 잔인한 작가에 의해 발가벗겨지는 인물들의 너무도 인간적인, 그래서 사랑스럽기도 하고 추악하기도 한 모습들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이야기의 동력 또한 강력하다. 3살 난 딸의 끔찍한 죽음이 남긴 어두운 그림자가 작품 전체에 드리워져 있고, 그 비극에서 비롯된 복수심과 욕망, 내적 갈등들이 엉망진창으로 뒤엉켜있다. 그 난장판의 중심에 있는 순진무구한 요코의 운명이 도무지 신뢰할 수 없는 두 주인공 게이조와 나쓰에의 변덕에 의해 언제든 파멸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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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 –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

2014. 9. 2

오랜만에 내가 번역한 책이 나왔다. 플래너리 오코너 작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 출판사는 문학수첩이다.

오코너 여사는 내가 대학 때부터 엄청 좋아하던 작가이고, 이 책은 특히 처음으로 직접 기획한 책이라 애착이 컸는데, 최종 원고를 넘기고 한참이 지나도 소식이 없어서 반쯤 포기하고 있던 터였다.

오늘 출판사 분한테 전화를 받고 안 거지만, 담당 편집자였던 분이 퇴사하면서 출간이 미뤄졌던 모양이다.  많이 늦긴 했지만, 어쨌든 기쁘다. 내가 정말 좋아하고 정말 행복하게 번역했던 책이 그냥 묻히지 않아서.

미국 단편문학 역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작가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다는 것도 뿌듯하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단편들을 직접 번역해서 독자들에게 보여준다는 것도 무척 행복하다. 얼른 독자들의 반응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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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 (문학수첩 블로그)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 – 악의로 가득찬 세상서 걷어 올린 잔인한 구원의 순간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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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콜스

2012. 12. 14

청소년 소설이 이렇게 어두워도 되나 싶을 정도로 무거운 작품이다. 판타지 소설 같은 제목, 표지와 달리, 몬스터 따위보다 훨씬 더 공포스러운 상황과 성인에게도 녹록지 않은 자기 성찰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코너는 끈질긴 학교 폭력에 시달리고 있고, 거의 유일한 친구와는 소원한 관계가 되었고, 이혼 후 미국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린 아버지는 낯선 사람으로 변해가고, 암에 걸린 엄마는 무기력하게 죽어가고 있다.

어린 10대 소년이 겪는 이 끔찍하고 극적인 시간은 과장없이 담담한 묘사 때문에 오히려 더 괴롭게 느껴진다.

그리고 밤마다 ‘몬스터’가 찾아온다.

자칫 모든 게 파멸해버릴 것만 같은 상황 속에서도 아이는 성장하고, 현실과 자기자신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 그런 의미에서는 해피엔딩이라 할 수도 있겠다.

결말은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간결하면서도 묵직한 마무리가 인상 깊었다. 소름이 돋아서 한동안 가시지 않을 정도로 느낌이 좋았다. 정말 잘 쓴 작품이다.

다만 우리말 번역이 조금 딱딱한 건 약간 아쉽다. 아이들이 읽는 책이니만큼 더 부드럽게 윤문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는 건 잘 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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