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통신 #4: 스테로이드의 역습

2013. 5. 22

그제 아토피 클리닉에 다녀온 뒤, 어젯밤부터 아이의 온몸에 발진이 갑자기 심해지고 진물이 줄줄 흐를 정도로 나오기 시작했다. 엄청 가려운지 끝도 없이 긁어대는 아이 때문에 아내와 나는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지금은 진물은 많이 줄었지만 얼굴은 여전히 엉망진창이다. 근래 가장 안 좋다.

원인은 아무래도 아토피 클리닉에서 자외선 치료를 하기 전에 온몸에 발랐던 스테로이드 연고 – 여러 단계의 스테로이드 연고 중에서도 농도가 진한 것이었다 – 인 것 같다. 예전에 스테로이드를 사용했을 때도 하루나 이틀 뒤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스테로이드제. 바른 당일이나 다음 날은 피부가 뽀얘지면서 참 예뻐진다. 그리고 다시 하루쯤 지나면 이전보다 더 심해지지만, 또 바르면 바로 좋아진다. 당장 증상이 호전되고 예뻐지니까 부모 입장에서는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례들을 듣고 읽어 본 뒤 내린 나의 결론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자’다.

지금 우리 딸은 스테로이드 없이도 그런대로 잘 지내왔다. 조금씩이지만 좋아진다는 느낌도 있었다. 그런데 병원에 다녀오면서 전부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어차피 의사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왜 병원에 갈 생각을 했는지 나 자신이 원망스러울 지경이다. 딸에게도 너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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