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문재인이다

2017. 4. 22

나는 문재인을 지지한다. 문재인만이 답이라거나, 대통령 문재인이 반드시 대한민국을 잘 이끌 거라고 자신하는 건 아니다. 열렬한 지지자와는 거리가 멀다. 문재인보다 더 나은 후보가 있다면 갈아탈 수도 있고,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못한다면 혹독하게 비판할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대선판에 문재인과 민주당보다 나은 대안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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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라는 교훈

2017. 3. 20

결국 박근혜는 파면되었고, 대한민국 최초로 탄핵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이제 박근혜가 대통령직에 부적합한 사람이라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가 청와대를 차지하고 있는 동안, 국가도 국민도 너무나 괴롭고 힘든 시간을 보냈으니까. 다시는 박근혜 같은 사람을 지도자 삼아서는 안 된다는 교훈이라도 얻었으면 그나마 조금은 위안이 될 것 같다.

그럼 박근혜 같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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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 뉴스는 정치다

2013. 2. 15

The Newsroom

‘웨스트 윙’으로 유명한 애런 소킨이 각본을 쓰고 제작한 2012년 신작이다. ‘웨스트 윙’ 팬은 아니지만 다들 좋다고 하니 그런가 싶어서 봤는데 꽤 재미있게 봤다.

줄거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늘 기계적 중립을 지키던 인기 뉴스 앵커가 프로그램 PD가 옛 애인으로 교체된 것을 계기로 언론인으로서의 사명에 새로이 눈을 뜨고 공화당과 티파티 운동을 집중공격한다는 훈훈한 얘기다. (농담 같지만 진짜다.)

인기 드라마가 노골적으로 특정 정파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게 놀라운데, 단순히 편을 드는 것도 아니고 구체적인 정치 현안들에 대해 본격적인 공격과 반론까지 펼친다. 우리나라에서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일 테지만, 솔직히 부럽다기보다는 이렇게까지 해도 괜찮나 싶다. 충분한 대의를 갖고 있다면 뉴스든 드라마든 정치색을 띠는 것 자체는 상관없지만, ‘뉴스룸’의 경우는 생생한 현안들에 대해서도 너무 직접적이라 약간 부담스럽다. 난 심지어 이 드라마의 정치적 관점에 대충 동의하는데도 말이다.

시청자를 가르치려고 드는 태도도 조금 불편한데, 나 같은 외국인이 그렇게 생각할 정도면 미국 내 시청자들로부터도 볼멘소리가 나왔을 법하다. 그치만 언론이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작가도 아예 작정하고 재밌게 가르치는 계몽 드라마를 만들려고 한 거 같고 그런 면에서는 분명 성공한 작품이다. 그래도 나라면 더 은근한 방식을 택했겠지만.

사실 소재가 뉴스와 정치라는 걸 제외하고는 그리 무거운 드라마는 아니다. 알콩달콩 삼각관계도 있고, 은근한 개그 요소도 많고, 다소 뻔하지만 흥미진진한 대립 구도도 있어서 제법 몰입해서 볼 만하다. 다만 등장인물들의 감정 전개가 좀 억지스럽다는 느낌은 있다. 요즘 미드들이 대개 그렇지만.

~

그건 그렇고, 엄청 지적이고 냉소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주인공 윌 매커보이 아저씨,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했더니 ‘덤 앤 더머’ 중 더머였네.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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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화, 하승우 선생님과 함께 한 책벗 모임

2013. 2. 2

사흘 전, 그러니까 1월 30일에 홍세화, 하승우 두 분이 교하도서관 ‘책벗’ 모임에 손님으로 오셨더랬다. 나는 30분이나 늦게 참석했고 뒤풀이도 빠져서 못 들은 얘기가 많지만, 그나마 들은 말씀 중에 기억에 남는 것들을 짤막하게 기록으로 남겨본다.

홍세화 선생님 말씀 중에는…
– 민주주의란 끊임없이 노력해서 전진시켜야 하는 ‘과정’이다
– 투표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그들은 투표를 진작 없앴을 것이다. (누군가의 말을 인용)
– 국민 수준 이상의 정부는 존재할 수 없다.
–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이 성숙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민주주의가 성숙하기를 기대하나.
– 대선 패배의 원인 중 하나는 자칭 ‘민주세력’들의 윤리적 우월감, 자폐적 태도다.
– 보수 세력의 존재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 근본적인 사회 변화는 노동의 주체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에 대한 학습이 필요한데 우리 사회에는 너무 부족하다.
– 자본주의 사회 속을 살아가는 사람이 ‘자본’과 ‘사회’에 대해 무지하다는 건 부끄러운 것이다.

하승우 선생님 말씀 중에서는..
– 투표는 정치의 전부가 아니다. 정치적인 삶을 살자.
– 일상에서의 정치는 ‘만남’을 통해 이뤄진다.
–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어울리지 말고, 생각이 다른 사람과도 ‘밥’을 함께 먹자.
– 누구를 ‘계몽’하겠다는 투의 태도는 버려야 한다. 시간을 두고 어울리면 소통할 수 있다.

사실 중도 개혁 성향(또는 친노?)에 가까운 책벗 모임과 진보신당, 녹색당을 대표하는 두 분이 과연 잘 어울릴까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토론회 자체는 다소 어수선하고 초점이 안 맞는 분위기였다. 그치만 뭐, 원래 그런 분위기의 모임이니까. 후후.

두 분 다 책을 통해 느낀 인상과는 조금씩 다른 분위기였는데, 홍세화 선생님은 내 생각보다 조금 더 엄격하고 약간 어두우면서도 지적인 느낌이었고, 하승우 선생님은 밝고 친근한 동네 형님 느낌이었다. 실물을 뵌 덕분에 앞으로 두 분 저서를 읽을 때 더 재미있고 실감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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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소감

2012. 12. 19

결국 대한민국의 18대 대통령은 박근혜가 됐다.

사실 난 지난 4월 총선 이후 자포자기 상태였는데, 야권 단일화 이후 박근혜의 밑천이 슬슬 드러나는 걸 보고 뒤늦게 희망을 품긴 품었더랬다. TV 토론에서 박근혜가 어떤 사람인지 봤으니 ‘공주님’에 대해 막연히 환상을 품었던 사람들이 적잖이 돌아섰으려니 생각했는데, 내 생각이 짧았나 보다.

그렇다고 크게 낙담한 건 아니다. 한심한 결과가 서글프긴 하지만, 실망할 건 이미 지난 총선 때 다 했다.

내가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은 게 현실인데 어떡하겠나.

민주주의 유린을 반성하지 않는 독재자의 딸이라도, 평생을 특권 속에서 살며 스스로 이룬 건 아무것도 없는 늙은 공주님이라도, 닭이라는 별명을 붙을 정도로 지적 능력이 의심을 받는 사람이라도 ‘그분’의 딸이니까, 보수 정당의 후보니까 상관없다는 사람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안타깝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분하고 답답하지만 인정하자. 이게 대한민국이고, 이런 게 민주주의니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복지 확대와 경제 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 보수 정당이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물론 눈속임이나 생색내기일 공산이 크지만, 그래도 보수 정당을 조금이라도 왼쪽으로 끌고 왔다는 것만은 이번 선거의 수확이라고 생각하자. 바라건대, 국민들이 꾸준히 정부를 압박해서 조금이나마 더 나은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근데 말이지. 부패한 보수 정권을 ‘그냥 거기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내 모습이 서글픈 건 어쩔 수 없네. 결국 나의 30대는 내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대통령 둘과 함께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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